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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는 한 줄

ezkyungli 2008-04-25 14695

1. 현장에서 탄생한 한 줄

모든 것은 현장에 있다

도요타 자동차의 조 후지오 회장은 도요타가 세계적 우량기업으로 지위를 확립한 뒤 6년간 사장으로 일했고, 지난 2006년 회장으로 취임하였다. 그는 작고한 오노 다이이치 전 부사장을 은사로 모시면서 간판방식, 개선, 현장주의로 대표되는 도요타 생산방식을 배웠다. 그런 조 회장이 강조하는 것이 현장의 기획이다. 그는 1998년 미국 켄터키 주에 공장을 건설, 운용하는 책임자가 되었는데 이때 처음으로 기획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공장을 만들 때 현지 종업원의 97%가 자동차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고, 도요타가 어떤 차종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 환경에서 일을 하려면 종업원을 위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기획서는 원래 회사나 고객에게 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만든 기획서는 얼굴도 본 적 없는 종업원을 위한 것이었다. 나는 본사에 제출하는 보고서의 몇 배로 기획서 작성에 정성을 기울였다.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켄터키 공장의 목적은 좋은 차를 합리적인 가격에 만들고 국민생활의 편리함에 기여하며, 미국 경제의 발전을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의 좋은 점을 취해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든다.〉 이런 식으로 기치를 몇 개 만들어 운영에 반영시켰다.”

조 회장과의 인터뷰를 마친 후 필자는 도요타 츠츠미 공장을 견학하였다. 이곳은 한국, 중국,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 국에서 연간 15만 명 이상이 찾는 곳이다. 거기서 내가 본 것은 다음 3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누구나 생산현장을 한눈에 알 수 있다. 비결은 생산 상황을 알려주는 표시판으로 각각의 라인 위에 걸려 있는 ‘각등’에 있다. 각등을 보면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바로 알 수 있다. 둘째, 언어를 중시한다. 도요타 공장에는 “1백만 대 돌파를 목표로!” 같은 식의 슬로건이 없다. 단지 “좋은 물건, 좋은 생각”이라는 현수막이 있을 뿐이다. 이는 현재 상황을 미화하려는 의사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종업원에 대한 존경이다. 도요타 종업원은 신바람이라도 난 듯 즐거워 보였다고는 할 수 없지만, 반복되는 중노동으로 괴로워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는 이들에게 존경이라는 단어에 걸맞은 노동환경을 갖춰주고 있었다.

공장을 견학하고서야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도요타 기획서의 한 줄은 현장에 있다.”가 아니라 “생산 현장이야말로 도요타 기획서의 한 줄”이었다. 이 책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도요타를 정말로 알고 싶다면 공장을 꼭 한 번 찾아가 보길 권한다.

평생 포장마차나 끌 수 없다

한 장의 기획서로 인생을 바꾼 남자가 있다. 야나세 도시유키(47세), 도쿄에 있는 오코노미야키(일본식 부침개) 가게 ‘다코’의 주인이다. 17년 전 그는 긴자 거리의 가판대에서 다코야키(일본식 문어빵)를 팔고 있었다. 어느 추운 날 밤, 그의 머릿속에 한 줄의 문장이 스쳤다. “평생 포장마차나 끌 수 없다.” 다음날부터 그는 가게를 낼 만한 장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동안 모은 돈으로는 아무리 작은 가게도 빌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돈을 빌려야 한다. 그러나 은행이 거리의 장사꾼에게 돈을 빌려줄 리 없다. 절박한 마음에 한 단골손님에게 돈을 빌려줄 수 없느냐고 말을 꺼냈다. 그랬더니 ‘자네를 믿지만 안 되네. 기획서라도 있어야 돈을 빌려줄지 말지 검토라도 하지 않겠나?’ 하고 말했다. 그래서 기획서를 쓰기로 결심했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달려가 조금씩 써 내려갔다. 문장을 멋지게 쓰기 위해 독서에도 집중했다. 읽은 책은 소설이나 논픽션이었다. 기획서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은 읽지 않았다. 기획서를 보여줄 상대는 은행이나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뉴얼에 맞춰 쓴들 내 절실한 느낌은 전달되지 않을 것 같았다. 오로지 성실하게, 그리고 거짓말은 쓰지 말자고 결심했다.”

그가 작성한 기획서는 A4 용지 20장이 넘었다. 볼펜으로 직접 쓴 것이었다. 기획서 마지막에 쓴 것은 빌리고 싶은 금액이었다. 이것은 1천 5백만 엔, 기획서 하나로 1천 5백만 엔이라는 거액의 돈을 빌리려고 한 것이다. “기획서가 완성되자 부동산업을 하는 모리타 씨에게 들고 갔다. 왠지 마음이 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는 긴장해서 말을 더듬을 지경이었다. 그는 기획서를 훌훌 넘기더니 이렇게 말했다. ‘지금 자네는 생판 남인 나에게 1천 5백만 엔을 빌려달라는 건가?’ 그 말을 듣자 내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조금 후 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았네. 빌려주겠네. 금리도 은행보다 싸게 해주지. 담보도 필요 없네. 단 실패한다면 내 회사에서 죽을 때까지 일하게. 난 자네가 좋아서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네. 자네의 맛있는 다코야키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네.’라고 말했다.”

이렇게 야나세 씨의 기획은 통과되었다. “가게를 열고 넉 달째부터 손님이 찾게 되면서 빌린 돈도 갚을 수 있었다. 7년째 되는 해에는 가게도 확장하고, 은행에서 융자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모리타 씨에게 돈을 빌릴 때 정말 필사적이었다. 추운 곳에 서서 일하는 것이 죽도록 싫었기 때문이다. 필사적으로 달려들면 알아주는 사람이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한 줄의 필사적인 생각이 그를 성공으로 이끈 것이다.

2. 히트상품의 한 줄

그녀의 방에서 늦은 점심, 파스타를 먹으면서 꿀꺽꿀꺽

세상에는 히트상품이 넘쳐난다. 그 중에도 기린맥주의 츄하이(과실소주)캔 ‘효게츠’는 순도 높은 성공사례이다. 동 제품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선발주자였던 타사 제품을 금방 따라잡았고, 불과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로 등극했다. 이 상품을 개발한 사람이 기린맥주 마케팅부에서 일하는 와다 도오루이다. 그의 상품개발 후일담에 관한 기사는 이미 많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신상품 개발에 대한 그의 사고법이다.

“난 막대한 양의 기획서를 쓴다. 하나의 제품을 위하여 1백 장 정도의 기획서를 만들며, 수시로 내용을 고친다. 그래서 완성된 기획서는 없다. 여기 있는 기획서는 모두 나 자신을 향해 쓴 것이다. 쓴다는 행위를 통해 머릿속이 정리가 된다. 또 문자에 종이를 떨어뜨릴 때 새로운 아이디어의 놓쳤던 부분도 보게 된다. 기획서는 기획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나 개발팀에게 보이기 위한 시안 같은 것이다.”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막대한 분량의 기획서를 작성하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의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내 기획서는 신상품 개발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신상품이라고 해서 새로운 물건만 떠올린다면 이미지는 풍부해지지 않는다. 완성된 상품을 사용하는 장면을 떠올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가 손님이 되어 상품과 함께 하는 장면을 상상한다.” 실제로 그는 저알코올 상품의 콘셉트를 개발할 때 21가지 장면을 가정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그녀의 방에서 늦은 점심, 파스타를 먹으면서 꿀꺽꿀꺽’이라며 20대 청년이 되어 보거나, ‘그와 함께 베란다에 허브 정원을 꾸민 오후, 가벼운 피로감과 성취감에서 민트를 띄워놓고’라는 식으로 여성 고객이 되어 본 경우도 있다.

“이는 내 속마음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것이다. 창피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하다. 그렇다고 도망갈 수도 없다. 진심으로 손님이 되어 보아야 한다. 미래의 손님이 맛있게 상품을 마시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아야 한다. 기획서를 수정할 때에는 머릿속의 미래 고객에게 질문하면서 작업한다. 효게츠 또한 미래 고객을 상상하면서 개발한 상품이다.” 와다 씨는 상품개발에 대해선 그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했다. 그리고 어떤 테마가 주어져도 바로 적응할 수 있도록 매일같이 새로운 음료를 떠올리며 기획서를 쓰고 있다. 1백 개의 기획서 중에서 빛을 보는 것은 겨우 1~2개뿐이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기획서를 쓴다. 미팅 전에 회의실에서, 이른 아침 책상에서, 혹은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자택에서 기획서를 쓰고 있다. 단 한 줄의 표현을 위해서 몇 번이고 고쳐가면서 계속해서 쓰고 있다.

은하계 저 멀리에서 연주 로봇이 왔다!

푸드테마파크라고 불리는 시설이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라면, 돈가스, 카레, 만두, 디저트 등 온갖 식당의 집합체라 할 수 있다. 제1호가 1993년 만들어진 신요코하마 라면 박물관이다. 이 푸드테마파크 분야에서 승승장구하며 성공신화를 만들어내는 남자가 있다. 이케자와 마모루. 게임회사 남코에 근무하면서 기획설계팀을 이끌고 있다. 그에게는 승리로 이끄는 확실한 이론이 있고, 그것은 모두 기획서 속에 쓰여 있다고 한다.

“현재 푸드테마파크라고 불리는 시설을 만드는 사람들은 기존의 레스토랑 거리나 푸드코트와 같은 콘셉트로 시설을 만들고 있다. 그들은 특정 메뉴로 특화된 가게를 모으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게임회사 출신이다. 우리의 푸드테마파크는 오락시설이며, 고객을 모으기 위한 시설이다. 우리는 음식을 통해서 어떻게 손님을 접대할 것인가가 목적이다.”

이케자와 씨가 만든 시설마다 연간 1백만 명 이상의 손님이 모인다. 그는 고객을 모으기 위해 고급 레스토랑은 만들지 않는다. 1천 엔짜리 한 장으로 즐길 수 있는 메뉴만을 개발하고, 고객이 질리지 않도록 항상 새로운 가게를 입점 시킨다. 그러나 이는 전술에 불과하며 그보다 중요한 전략이 있다고 한다. “테마파크는 놀이기구를 배치한 공원에 하나의 이야기가 더해진 것이다. 디즈니랜드는 마법의 성, 동화의 나라 같은 허구의 이야기로 고객을 즐겁게 해 준다. 여기서 테마는 이야기를 뜻한다. 따라서 단지 라면 가게를 모아 나열했다고 테마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음식 맛이 있다면 나름의 가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단순한 식당가에 불과하다. 테마파크를 표방한다면 처음에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에 맞는 가게를 입점 시켜야 하며, 이야기의 선상에 있는 메뉴를 제공해야 한다.”

“요코하마 카레 뮤지엄에서는 카레의 왕을 꿈꾸는 사람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만들었다. 기본 설정은 일본에 처음 카레가 전래된 곳이 다름 아닌 요코하마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문호를 개방한 일본은 그때부터 역사상 최고의 카레 맛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설정하고, 그 맛의 절정에 이른 카레들을 집결시켰다. 인도풍 카레, 서구식 카레, 일본식 카레, 요코스카의 해군 카레 등의 다양한 가게가 모였지만 이야기의 통일성은 유지되었다. 푸드테마파크를 찾는 사람들은 단지 음식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다. 그들은 테마가 있는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말하자면 음식이 아니라 만족감을 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테마파크는 음식을 파는 시설임이 분명하지만, 손님의 눈으로 보았을 때 음식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것으로 성공하고 있다.”

그가 남코에 입사한 것은 1979년, 처음 기획서를 쓴 것은 그로부터 4년 뒤의 일이다. “회사에서 미국 연수를 갔을 때 디즈니랜드를 돌아봤다. 나는 그때 이야기가 있는 유원지를 처음 경험했다. 일본에 돌아온 뒤, 나도 디즈니랜드 같은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어뮤즈먼트 로봇(백화점 이벤트 등에 빌려주는 로봇)의 기획서를 썼다. 내가 생각한 것은 피크피크라는 연주용 로봇밴드였다. 은하계 저 멀리에 있는 소리의 별에서 온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가진 로봇이라는 유치한 설정이었지만, 기획서를 본 상사도 디즈니랜드를 경험했기 때문에 쾌히 받아들였다. 그 후로 내가 쓴 기획서에는 테마, 즉 이야기가 빠지지 않게 된 것 같다.”

이케자와 이론의 좋은 점은 심플하다는 것. 그의 기획서를 읽으면 알 수 있지만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 이외에는 딱히 특별한 점도 없고 진기하다고 자랑할 것도 없다. 굳이 말한다면, 누구든 흉내 낼 수 있는 기획서가 바로 이케자와 스타일이 아닐까.

3. 조직을 움직이는 한 줄

다시 한 번 일본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반드시 우승한다

일본 축구협회(JFA)는 전략적인 성장 기업이다. 전략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JFA에는 캡틴즈 미션이라는 이름의 기획서가 있기 때문이다. 절대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인 캡틴즈 미션은 멤버십 제도 추진, 어린이 프로그램 추진, 여자 축구 활성화 등 열 가지 항목으로 되어 있으며, 모두 달성 기한이 붙어 있다. 캡틴즈 미션의 핵심은 젊은 세대 육성과 스포츠 보급이다. 일본 축구 대표팀의 전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지만, JFA 수장인 가와부치 사부로 씨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일본인 전체의 스포츠 역량과 축구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1990년 일본 축구협회는 직원 십수 명에, 예산 20억 엔에 불과했다. 지금은 스태프 1백 10명, 예산 규모는 1백 60억 엔이다. JFA의 성장 비결은 항상 큰 목표를 설정해 왔기 때문이다. ‘2015년 일본 축구는 세계 톱 10에 진입한다. 축구 인구를 5백만 명으로 늘린다. 2050년에는 월드컵을 다시 한 번 일본에서 개최하고 반드시 우승한다.’ 이 선언은 형식적인 슬로건으로 끝나지 않는다. 우리는 매년 각 지방의 협회가 목표를 얼마나 실천했는가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큰 목표를 세우고, 목표 실현을 위해 하나하나 진척 상황을 체크하고 있기 때문에 축구협회는 성장하고 있다.”

여기서 그가 기획서를 평가하는 방법을 들어보자. “기획서는 한 장짜리가 좋은지, 아니면 분량이 많은 것이 좋은지를 묻는다면, 단연 짧은 편이 좋다. J리그를 만들었을 때, 각 클럽에서 기획서가 올라왔지만, 가장 잘된 것은 도요타의 기획서였다. 도요타 클럽의 기획서는 단 두 장, 거기에는 J리그에 이러이러한 형태로 참가하고 싶다는 것만 쓰여 있었다. 그에 비해 다른 기획서는 내용이 길고, J리그의 이념에 대해서 늘어놓았다. 하지만 J리그의 이념은 내가 생각하는 것이지,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는 기획서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방법도 전수해 주었다. “첫머리에 한 줄로 써라.” 그것뿐이다. 읽는 사람이 단 한 줄로 당신의 기획을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기획서는 없다. 다음은 내용 설명인데, 설명할 내용을 대분류, 중분류, 소분류로 나누어라. 기획서에 쓰는 것은 대분류와 중분류 정도로 충분하다. 더 자세한 것은 특별히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만 싣는다. 최대한 간결하게 정리하는 것이 기획서의 요령이다. 지금도 두꺼운 기획서를 들고 와서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데, 답답할 뿐이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내가 무엇을 이해하길 바라는가 하는 것뿐이다. 평가하는 쪽의 입장이 되어 기획서를 만들어보자. 기획서는 상대방을 위해 쓰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기획서의 목적은 기획을 실현하고, 그 결과 돈을 손에 넣는 것이다. 하지만 NPO(비영리민간단체)의 경우는 다르다. 주식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영리사업은 할 수 없다. 따라서 NPO의 기획서는 어디까지나 활동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전 경찰청장관 구미마츠 다카지 씨는 무보수로 NPO 일을 하고 있다. 2004년 4월 그는 헬리콥터를 이용한 구급활동의 보급을 목적으로 하는 NPO ‘구급 헬리콥터 병원 네트워크’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가 이사장이 취임하고 최초로 직면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NPO에 있어 최대 문제는 돈을 모으는 것이다. 내가 경찰청장관을 했던 경력이 있다 보니, 정부에서 돈을 받기 쉬울 거라고 오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단 1엔도 받은 바 없다. 받으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서 장기적으로 후원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부터 구미마츠 씨가 정리해 놓은 기획서의 내용과 그만의 기획 포인트를 확인해보자. “NPO에게 필요한 기획서의 목적은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홍보활동을 위한 기획서를 만드는 것이다. 구급헬기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전무하다. 나는 기획서를 쓰고, 그것을 가지고 강연이나 언론에 출연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의 이해를 구하는 것, 그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두 번째로는 현장의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홍보활동을 위한 기획은 모두 구급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측의 의견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함께 챙겨야 할 것은 구급헬기로 도움 받은 사람들의 체험담이다. 체험담이 없으면 일반인이 구급헬기의 효용성을 이해하기 힘들다. 세 번째로는 조사활동을 보고하는 서류이다. 구급헬기 활용 현황, 일본의 활동 상태, 경제 효과의 예상 수치 등등 이러한 객관적인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세상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그의 분석은 확실했다. 어느 NPO 법인이든, 이런 기획서나 보고서를 갖춰놓는다면 활동자금을 모금할 때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원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동기에 대해 보충 설명을 해 주었다. “한 정치가가 사람의 목숨은 지구보다 무겁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구보다 무겁고 소중한 것이라면, 구급차만으로 구급의료를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생명에 대해서 올바른 생각을 가져야만 한다. 그리고 생명이 소중하다 생각한다면 바로 행동해야만 한다.” 그의 생명에 대한 절실한 생각이 NPO를 움직이게 하고 일본의 구급의료 체계를 바꾸고 있다.

4. 인생을 쓴 한 줄

눈앞의 손님을 만족시켜라

다니 노보루 씨가 오너 셰프(경영자 겸 주방장)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요리학교에 들어간 그는 수업이 끝나면 매일 도쿄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 후 많은 레스토랑에서 경험을 쌓았다. 그러면서 몸을 많이 혹사했고 다른 길을 방황하기도 하였다. 그런 그가 명실공히 오너 셰프가 된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지금도 경영하고 있는 ‘르 만쥬 토트’라는 레스토랑을 시작한 것이다. 그곳은 찾아가기도 힘들고 좌석도 14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가 고군분투한 덕에 르 만쥬 토트는 번성할 수 있었다.

“오너 셰프와 셰프는 다르다. 셰프는 요리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오너 셰프는 경영, 인사 등 다른 일에 시간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 레스토랑은 인건비와 재료비의 합계가 70%가 넘으면 경영이 어려워진다. 오너 셰프가 된 나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줄여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르 만쥬 토트는 캐주얼한 가게이다. 디너가 8천 엔, 런치가 1천 5백 엔이다. 좌석도 14석에 불과하다. 종업원을 줄일 수 없고 단가가 높은 고급 메뉴로 바꾸는 것도 힘들다.”

경영위기 타개를 위해 그는 메뉴부터 시작했다. 재료의 신선함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머리를 굴려 손님에게 낼 새로운 메뉴를 창작했다. “식재료를 100% 사용하자. 그것이 내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생선 한 마리가 있다. 고급 가게라면 휠레 3장 정도를 만들 만큼만 조리하고, 생선 대가리와 뼈는 버린다. 하지만 나는 남은 부분을 버리지 않았다. 대가리는 찜을 하고 뼈는 국물을 우려내는 데 사용했다. 생선뿐 아니라 소고기도 그런 식으로 활용했다. 식재를 남김없이 사용하여 전채요리, 메인, 디저트, 커피로 구성된 세트 메뉴를 만들었다. 가게를 경영하는 것은 이런 식으로 머리를 써서 절약해야 하고, 쓸모없는 지출은 줄여야 한다.”

음식재료와 인건비를 절약하는 것 외에도 그는 돈을 쓰지 않는 판촉을 시도하고 있다. 하나는 잡지 취재에 적극 응하면서 가게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터넷 홍보에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의 기획서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들여다보자. “중요한 것은 눈앞의 고객을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레스토랑은 특수 업종이 아니다. 도요타 역시 우리 레스토랑에서 하는 일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도요타의 종업원은 고객이 만족하는 차를 만들려고 한다. 요리사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맘에 들어 하는 요리를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백 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다. 프랑스 레스토랑의 셰프는 예술가처럼 전문직으로 대우받는다. 말하자면 요리 장인이다. 그리고 우수한 장인은 항상 사용하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제품을 만든다. 10년 만에 가게를 보수한 다니 씨에게 새로운 가게를 만들 때의 기획도 언급해 달라고 부탁했다. “보수를 하면서 좌석수를 늘리지 않은 이유는 장래에 대해 생각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나 내가 직접 요리를 할 수는 없다. 지금 쉰 살인데 내 힘이 빠진다면 손님이 줄어드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이때 14석 정도면 혼자 요리를 감당할 수 있다. 또한 나중에 10석으로 줄인다 해도 손님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50석 규모의 가게를 30석으로 줄인다면 휑하니 보기 싫을 것이다. 오너 셰프로 가게를 시작한다면 자신이 몇 살까지 일할 수 있을지도 계산해 두어야 한다. 가게를 여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십 년간 하나의 가게를 이어가는 것은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다.”

서른다섯 살이 되면 내 회사를 만들고 상장시킬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미래의 목표를 기록하는 것이 인생에 대한 기획서다.” 글로벌미디어온라인(GMO) 회장인 구마가이 마사토시 씨는 무명 청년이던 21세에 “35세까지는 회사를 만들고 상장시킨다”는 꿈을 수첩에 적었다. 그리고 그 한 줄이 그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끌었다. 36세 여름, 그는 목표한대로 자기 손으로 창업한 회사를 공개했다. 그렇다면 그가 21세 때는 어떤 상황이었을까?

“고등학교를 중퇴한 나는 가업인 파친코 가게를 돕고 있었다. 당시 나는 결혼도 했고 딸도 낳았다. 방송대학에서 공부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내 가족에게 준 것은 욕조도 없는 허름한 공동주택이었다. 월급도 올려주지 않아 수중에 돈 한 푼 없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사고방식을 바꾸어, 우선 수첩에 내 소망을 적어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실현 가능성까지는 염두에 두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꿈을 수첩에 계속 써 내려갔다. 회사를 만들고 싶고 인맥을 늘리고 싶다는 사회적 목표, 건강을 지키면서 가족과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활의 목표 등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었다. 일이 많아 기진맥진한 날도 지친 몸을 이끌고 꿈을 계속 적었다.

그는 미래연표를 완성시키면서 자신이 변화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목표를 쓰는 동안 만사를 부정적으로 보던 마음이 사라졌다. 그때까지는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을 한탄하고 온갖 원망을 늘어놓는 인생이었다. 그런데 일단 목표가 생기자 그런 세세한 것에 얽매일 시간이 없었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하거나, 다른 업종 스터디에 참가하는 등 해야 할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지자 얼굴 표정도 바뀌고, 사람들이 나를 받아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일도 잘 풀렸다. 목표를 가지는 것만으로 인간이 바뀌었다.”

그가 미래연표를 작성하는 과정은 다음 세 가지이다. 첫째, 목표(꿈)를 열거하고 Goal(목표달성일)을 배치한다. 둘째, 현실과 꿈의 거리를 측정한다. 셋째, 가야 할 거리를 달성일까지 년 월로 나눈다. 그 중 가장 괴로운 작업은 두 번째 항목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꿈과 동떨어져 있는 자신을 정면으로 주시하는 것이다. 미숙한 자신을 분명하게 자각하는 과정인 셈이다. 그렇다고 도망치면 안 된다.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것은 꿈까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에게 일반적인 프로젝트 기획서 쓰는 법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기획서의 포인트는 하나뿐이다. 결기승이어야 한다. 기획서는 상대를 설득하기 위한 도큐먼트이다. 가능한 짧게 임팩트 강한 말로 한 줄로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결론을 앞에 가져오는 결기승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기획서는 간결한 것이 좋다. 인생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다. 두꺼운 기획서를 만들어 상대가 시간을 소비하도록 만들 것인가? 계약을 성사시키기 원한다면 상품의 우수성이 무엇인지, 계약을 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계약을 한 사람에게 어떤 이득이 있는지 등등 그런 것이 기획서에 들어 있어야 한다. 나머지는 구두로 설명해도 충분하다. 상대를 중시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미래연표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선 기초적인 것에 충실하자는 것이다. 병을 모르는 건강한 몸으로 관리할 것, 타인과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것, 인생의 스승을 둘 것, 저명한 실업가와 대등하게 말할 수 있는 지식과 교양을 키울 것 등등 인생에서는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 건강, 마음 씀씀이, 교양이라는 삼박자가 잘 맞는다면 집안일도 회사일도 저절로 풀리게 마련이다. 그러면 돈과 재물도 반드시 따라올 것이다."

5. 브랜드를 만드는 한 줄

야생동물의 목적, 그것은 먹는 것이다

아사히가와 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시립 아사히야마 동물원. 계절을 가리지 않고 동물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이 동물원을 방문하는 것은 시내에 있는 사람이나 홋카이도 주민만이 아니다. 일본 전국은 물론 중국, 대만, 한국에서 동물원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동물원의 입장객 수는 현재의 약 5분의 1에 불과한 26만 명까지 감소했었다. 그것을 부활시킨 것은 고스케 마사오 원장을 비롯한 스태프들이 만든 기획의 힘이다. 고스케 원장이 기획서를 만들기 시작한 시기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육팀 대리였던 고스케 씨는 직원들과 함께 매주 기획회의를 했다. 거기서 나온 아이디어 중 하나가 원포인트 가이드였다. 이것은 사육팀이 각각 담당하는 동물 우리 앞에서 손님에게 동물의 행태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원 포인트 가이드는 아사히야마 동물원의 활성화를 이끌었다. “손님들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하는 사육사가 한 명 있었다. 그는 코끼리의 생태를 말로 설명하지 않고, 코끼리 우리 앞에 하루치 식량 1백 킬로그램과 하루치 대소변 1백 킬로그램을 두었다. 이것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손님들의 흥미를 끌었다. 그는 또한 코끼리가 코를 사용하지 않고 수박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가 생각해 낸 동물의 행위를 보여주는 이벤트는 점차 손님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그때까지 동물원이 하던 것은 형태전시라고 불리는 동물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콘셉트였다. 하지만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세계에서 처음 시도한 것은 동물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동물의 행동이란 대부분 먹이를 획득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북극곰은 생선을 먹기 위해 다이빙을 하고, 바다표범이나 펭귄도 먹이가 나오면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고스케 원장과 스태프들이 한 것은 움직이는 동물의 모습이 잘 보이도록 동물 우리를 설계한 것이었다. 행동전시는 동물쇼를 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동물의 습성과 행동을 알고 있는 프로이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었던 아이디어였다.

고스케 원장은 새로운 동물 우리의 디자인을 14장의 스케치로 그려냈다. 그리고 색연필로 그린 스케치를 가지고 시청에 예산을 얻으러 간 것이 1995년의 일이다. “기획서만 보여준다고 예산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철재와 망을 사서 동물 우리를 만들었다. 안전상의 문제로 맹수 우리는 만들 수 없었기 때문에 소쩍새나 올빼미 등 작은 동물들의 우리를 사육사들과 함께 만들었다. 또 동물광장을 만들어서 토끼와 양을 방목했다. 그러고는 동물과 함께 놀고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찍었다. 나는 기획서와 함께 동물 우리의 사진, 즐거워하는 사진을 첨부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노력했으니, 어떻게든 예산을 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획득한 예산으로 고스케 원장은 시설을 정비했다. 아시히야마 동물원을 위해 지금까지 30억 엔의 예산을 투자했는데 관광객 증가와 매스컴에 소개된 광고효과 등을 합하면 지역에 준 경제 효과는 80억 엔에 달한다고 한다. 또 야사히야마를 흉내 낸 동물원도 각지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은 아사히가와 시를 바꾸고 일본의 동물원을 바꾸고 있다.

코어 아이템이 없으면 브랜드가 될 수 없다!

1980년대 후반 일본에는 공간 프로듀서라는 직업이 있었다. 음식점이나 상업 빌딩의 건축 디자인부터 점포 내부 인테리어, 집기 선정, 메뉴 개발까지 관여하는 것이 일이었다. 시유첸 씨도 예전에는 꽃을 소재로 한 공간 프로듀서로 레스토랑과 호텔을 만드는 데 참여했다. 하지만 90년대 거품경제가 붕괴되자 일을 그만두고 하코네에 은거하기도 하고 달라이 라마를 만나는 여행도 했다. 그런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1996년 다시 일터로 복귀했다. 나이키, GAP 등 기업의 컨설턴트가 되어 실적을 올리고, 이후 유니클로, 도요타 등의 기업에서 다양한 일거리를 맡으면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독특한 경영 컨설턴트로 알려진 그가 브랜드를 확립하는 수단에 대해 생각해 보자. “1998년 유니클로의 동경 증시 상장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맡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동사는 흔히 있는 아웃도어 패션 체인으로 타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상태였다. 처음 본사에 간 날 나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종업원이 입고 있는 옷이 모두 타사 제품이었다. 그 장소에서 바로 제안했다. 패션 회사이니 전 직원이 자사의 옷을 입고, 본사 내 돋보이는 곳에 자사 제품을 장식하라고. 사장을 비롯하여 모두가 내 제안을 받아주었다. 그러한 지적에서 시작하여 우리는 유니클로의 전략자산이 무엇인가를 찾아낼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상품진열 방법, 점포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상품의 디자인 등 다양한 각도에서 유니클로의 브랜드를 높이는 계획을 제시하였다.”

다음은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이라는 꽃집 체인에서 그가 한 일을 보자.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에서 우리가 취한 전략은 같았다. 중요한 것은 코어 아이템, 즉 전략상품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설문조사를 했더니 사장은 역 구내를 중심으로 개점하길 원했다. 따라서 공간이 좁은 점포에서도 팔 수 있는 코어 아이템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다른 꽃집을 조사한 결과 어느 가게이건 생화를 보관하기 위한 냉장시설이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또한 냉장시설에서 꽃을 꺼내서 꽃다발을 만들기까지 15분 이상 손님이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을 검토한 뒤 우리는 냉장시설을 포기하고, 동전 한 개로 살 수 있는 꽃다발 개발을 제안하였다. 그렇게 하면 기다리는 시간도 줄어들고 코어 아이템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아오야마 플라워 마켓은 매출이 늘어났고 점포수도 46곳으로 늘어났다.”

시유첸 씨의 일은 소위 브랜드 구축에 중점을 둔 직업이다. 그가 상담하는 일들은 전혀 다른 업종들이며 상담 내용도 폭이 넓다. 일반적인 경영컨설턴트는 가능한 같은 업종을 상대로 하면서 지도하는 내용을 점점 좁혀간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사 작업에 손이 많이 가고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유첸 씨는 기성복, 음식, 건축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일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더 나아가 뮤지션으로서 감수성도 있기 때문에 상담을 청한 기업마다 특성에 맞는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마지막 장 영상이 떠오르는 한 줄

기획은 한 마디로 전달하는 것이 재미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기획서의 한 줄은 다채로운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터그보트 대표 오카 야스미치 씨가 그것을 정리해서 이야기해 준다. 터그보트는 1999년 설립된 일본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다. 모든 미디어에 대한 광고 제작을 특화한 회사로, 멤버는 4명이지만 활약은 눈부시다. 광고업계에서 수상 이력은 일본의 1, 2위 광고 대행사에 뒤잇는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일본에서 유일하게 세계 시장에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동사의 대표 오카 씨의 기획서에는 특징이 있다. 그는 기획을 종이에 적지 않는다. 머릿속에 있는 기획을 한 마디로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광고 프레젠테이션은 상품의 조사 데이터부터 시작하여 경쟁상품 분석이나 마켓의 미래 예측까지 막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게다가 긴 설명도 첨부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듣는 고객은 내심 괴로울지 모른다. 사실 고객이 프레젠테이션에서 기대하는 것은 광고의 표현을 아는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뒤로는 기획서를 내지 않고 바로 광고 표현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오카 씨가 생각하는 훌륭한 광고 아이디어란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 “광고의 기획으로 정말 훌륭한 것은 한마디 설명만으로 상대가 ‘아, 그거 재미있네.’ 하고 찬성해주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내가 기획서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획서를 만드는 노력이 광고 캠페인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기획의 본질이다. 본질이 쉽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리가 없다. 기획서 자체에 아이디어를 담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본질을 짜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본질을 추구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방법론이다. 따라서 그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테크닉을 발휘하여 뛰어넘으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중시하는 것은 기획의 내용이다. 기획을 짜내는 것이 고객에 대한 성실한 자세이며, 광고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라 믿고 있다.

오카 씨가 말하는 상대방에게 한 마디로 전달되는 기획이란 무엇일까? “한 마디로 전달되는 기획은 한 줄의 카피를 의미하지 않는다. 순수한 아이디어만을 말한다. 예를 들어 게임회사 세가에서 했던 ‘유가와 전무 시리즈’가 있다. 당시 세가는 소니의 기세에 밀려 게임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세가 사장에게 소니와 승부하기 전에 한 번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을 광고로 만들자고 했다. 지금까지 회사 대표가 TV에 나와서 미련 없이 패배를 인정하는 광고는 없었다. 이 제안은 문서가 아니라 말로 설명했다. 세가 사장은 그 아이디어를 바로 이해하고 찬성해주었다.”(실제 광고에서는 사장이 아니라 유가와 전무가 패배를 인정하는 광고를 하였음)

그에게 있어 “한 마디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의 기획을 상대의 머릿속에 영상으로 보내는 것이다. 기획을 할 때 누구든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들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욱한 안개 속에 있는 것 같아 영상으로 완성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 아무리 설명을 해도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오카 씨의 경우에는 머릿속에서 전달해야 할 영상을 선명하게 투영할 수 있다. 그래서 상대에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에게서 “기획서의 한 줄 만드는 법”을 배운다고 하면, 그것은 일단 머릿속에서 뚜렷하게 영상화시키는 법은 아닐까? 키워드를 떠올리는 과정에서 기획서를 정리해서는 안 된다. 기획의 완성형을 디테일까지 영상화한 후에 펜을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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